나 (4) 썸네일형 리스트형 선물이 의무가 될 때 (ft. 영국 크리스마스) 영국에서 크리스마스는 한국에서의 설, 추석만큼 큰 명절이다. 이는 주변 유럽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회사는 12월 마지막 주는 사무실 전체가 문을 닫는다. '아싸.. 방학이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은 복싱(Boxing day) 데이라고 가게들이 세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연말이 찾아온다. 작년은 아기가 어리기도 했고 코로나로 가족들이 함께하기 어려운 분위기라서 집에서 소소하게 로스트치킨을 해서 먹었는데 올해는 시댁에 가서 시어른들과 시누이와 같이 크리스마스 디너를 먹을 예정이었다. 코로나 전 시댁과 함께한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 선물 뜯기, 간식 먹기, 3시 The Queen's speech, 크리스마스 디너 먹기, 보통 이런 일정이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시어른댁 변기가 막혀서 .. 2022년 크리스마스 - 거꾸로 쓰는 일기 2021년 아기가 태어났고 아기와 두 번째 함께하는 크리스마스다. 작년에는 바닥에 눕혀 놓으면 제대로 뒤집을 줄도 모르고 한 곳에서 비행기 자세를 하고 얼굴이 새 빨게 지도록 웅웅 소리를 내며 움직이려고 용을 쓰던 아기였는데 16개월에 접어든 올해는 내가 가는 곳마다 졸졸 따라다니고 버튼도 누르고 스위치도 누르고 싫은 건 고개를 저으며 의사표현도 하고 전화를 얼굴에 갖다 대고는 "하이"도 하는 등 진정 소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원래는 시댁 어른들과 시누이가 우리 집에 와서 같이 식사를 할 예정이었는데 아기가 수두(chicken pox)에 걸리는 바람에 약속은 취소되고 우리끼리 조촐하게 야채, 치킨 로스트를 해 먹었다. 당근, brussel sprouts (작은 양배추), 파스닙, swede, 감자와 같은.. 그깟 chutney가 뭐라고.. 2022년 12월 17일 토요일 엄마가 되고 알게 된 친구가 있다. 친구는 중국계 미국인으로 판데믹 전 뉴욕에서 영국으로 왔고 윌리엄보다 1개월 반 먼저 태어난 딸이 있다. 우리는 Peanut이라는 어플을 통해 2021년 10월 말에 만났다. 우리는 공통점이 많았다. 그 친구도 나처럼 모유수유를 했고, 아기 나이도 비슷하고, 주변에 가족 없이 이민 와서 살고 있었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건너간 부모님, 조부모님 영향 때문인지 그 친구에게서 아시아 특유의 정서가 느껴졌다. 처음 몇 번 만났을 때는 아기가 어려서 서로의 집 중간 지점쯤 위치한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고 헤어진 정도였는데 그렇게 만나다가 일주일, 이주일 한두 시간씩 만나는 시간이 쌓여가면서 많이 가까워졌다. 남을 챙겨주고 배려해주는.. 나 홀로 육아 (2021년 10월 23일) 내 앞을 걸어가는 한 아시안 횡단보도를 건넜다. 내 앞에 내 또래로 보이는 검은 긴 생머리의 한 아시안 여자가 코스타 커피를 들고 걸어가고 있다. 중국집을 제외하고 이 동네에서 매우 보기 드문 아시안이다. 검정 가죽 자켓에 펄럭이는 치마, 가죽 구두. 이 동네 사람들에게는 잘 찾아보기 어려운 옷차림이다. 따라가서 이 동네에 산다면 괜찮다면 친구라도 되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부은 얼굴에 아기를 안은 여자가 갑작스럽게 말을 건다면 놀라지 않을까. 낯선 사람에게 친구하자고 할 만큼 아직은 그만큼 처절하지는 않다. 내 앞을 걸어가는 그녀의 향수 냄새가 난다. 그녀가 멀어져도 냄새는 머무른다. 향수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도 형체는 없지만 그 자리에 있지.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명률은 낮아진 듯하지만 영국 확진자 수..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