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6일 밤중에

아기와나

16개월 6일 밤중에

초콜릿 하나 먹고 잠깐 쉬다가 아이에게 다시 갈려고 했었다.

아이의 울음은 점점 커졌고 옆 방에서 자던 아빠가 아이를 달래러 방으로 들어간 모양이다.

초콜릿 하나 먹고 남아있던 에너지바까지 우걱우걱 씹어 먹고 이를 닦고 침실로 돌아갔다. 방은 조용했다. 아이는 침대에 없었다. 아빠가 옆 방으로 데려간 모양이다.

이불을 덮어썼다.

후회스러운 마음과 나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밀려 왔다.

먹고 입히고 씻기고 같이 놀고 어린이집에 보내고. 거의 모든 일은 내가 다 하는데 우는 순간 아이가 고개를 돌려 문 쪽을 흘낏 쳐다봤을 때 마음이 착잡했다. 내가 아이가 필요로 하는 안정감을 주지 못했구나 하는 마음에. 

아빠는 가끔 오며 가며 아이에게 웃어주고 일주일 두 번 씻겨주는 게 전부인데 아이는 아빠가 더 의지가 되나 보구나.

이해할 수 있다.

지난 사진첩을 보면 아빠는 아이를 향해 한결같이 진실의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나와 아기 사진은 아기를 아기띠로 안거나 한 팔로 안고 찍은 셀카뿐인데 나 혼자 억지웃음 짓고 있는 듯하다.

아빠가 좀 더 도와줬더라면 나도 진실의 미소 보일 수 있었을까.

내가 참을성 없고 마음에 사랑이 없는 이기적이고 추악한 사람인 걸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아이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지지 않는다.

아무리 아이를 안고 아, 예쁘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말하고 쓰다듬어주고 뽀뽀도 하고 애써봐도 마음 한편이 텅 비어있는 느낌이다. 아무 생각 없이 인스타를 켰다가 아이가 태어난 해부터 성인으로 자랄 때까지 매년 아이와 사진을 찍어서 기록한 한 엄마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 아이 옆에 앉은 엄마, 아이와 나란히 서있는 엄마. 엄마의 모습이 더없이 든든해 보였다.

아이를 널서리에 주 4일 하루 종일 보내고, 널서리에 잘 적응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주양육자로서 존재감이 줄어드는 걸 느꼈다.

아이에게 친절하지 않으면 아이가 나에게서 등 돌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우는 아이를 침대에 두고 방을 나와 버리기 전에 뭘 생각해봐야 했을까.

왜 순간을 참지 못 했을까.

자괴감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