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에는 내 인생 지각변동을 일으킬 변화가 일어난다. 아이가 생긴 것이다. 일도 하고 집도 샀고 영국에서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나니 드디어 아이를 가져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Fertility blood test
처음에는 잘되지 않았다. 데이브와 내 나이를 생각했을 때 우리가 한국에 있었더라면 벌써 병원을 찾고 검사를 받았을 것이다. 얼마 동안 시도를 해도 아무 소식이 없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이제 드디어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 몸에 이상이 있는지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다.
GP에 전화를 하니 간단한 질문으로 몇 가지 사항을 확인하고는 아직은 난임 치료 대상 조건에 부합하지 않고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치료가 많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이긴 한데 일단 피검사를 받으러 오라고 했다. 피검사를 받고 난 뒤 이상이 있을 경우에만 연락을 준다고 했다. 그야말로 무소식이 희소식 시스템이다. 몇 주 기다려도 연락이 없었기에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는 듯했다.
다음은 데이브 차례. GP에서는 병원에 연락해서 테스트 키트가 GP로 오면 우리에게 연락을 준다고 했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이 부분은 절차가 잘 이해되지 않아서 내가 잘못 이해를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다려도 아무런 연락은 없었다. 잠깐 사설 클리닉 서비스를 생각도 해봤지만 아무래도 비용 때문에 부담스러워서 정자 검사 전 한 번 더 노력해보기로 했고 그 결실이 맺어졌다.
본격 Antenatal care의 시작
0 ... 6 Weeks
GP에 연락을 하니 아기를 낳기를 원하냐는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낙태가 합법이라서 이런 질문도 태연하게 할 수 있나 보다. 그 후 미드와이프 연락처를 알려줬다.
미드와이프는 전화를 받고 내게 임신을 축하한다는 말로 간단한 전화 상담을 시작했다. 그 임신 축하 인사가 당연한 반응이지만 너무 상투적이었기에 조금 기계적으로 들렸다. 미드와이프는 하루에도 몇 십 통 나 같은 새로운 산모들과 통화를 하지 않을까. 임신은 산모 당사자에게나 흥분되는 일이지 미드와이프에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접하는 흔한 보통의 일인 것이다. 이걸 생각해 보니 어쩌면 그 자동 메시지 같은 반응이 어느 정도 이해된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미드와이프를 만나서 상담을 했을까? 두 번째 전화 상담에서는 현재 앓고 있는 질환이 있는지, 전체적인 건강 상태와 나를 포함한 가족의 질병 이력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간혹 모르는 질환도 있었다. 이렇게 많은 질문을 전화상으로 다 대답해야 한다니. 비효율적으로 느껴졌다. 이메일이나 우편으로 질문지를 받아서 내가 직접 작성하는 편이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저련 이력 확인 후 미드와이프는 다음으로 내가 해야할 일을 알려줬다.
1. 엽산 (12주까지), 비타민D 복용
2. GP에 연락해서 독감예방접종 맞기
3. 집에 화재경보기 있는지 확인, 없으면 설치
4. 골반근육운동
5. 치과정기검진. 임신했을 때 약을 무료로 처방 받거나 저렴하게 NHS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Maternity exemption certificate는 GP에 연락해서 FW8 양식을 작성하거나 미드와이프에 연락하면 받아볼 수 있다.
6. Whooping cough vaccine(백일해예방접종) 임신 중기에 맞기. 접종 시기는 나중에 다시 알려줌.
7 ... 11 Weeks
두 번째 상담 때 미드와이프는 피검사를 예약해 줬다. 피검사는 동네에 마련된 작은 antenatal care 시설에서 이뤄졌고 임신 7주에 받았는데, 혈액을 4, 5통은 뽑은 느낌이다. 바늘이 잘못 찔렸는지 채혈을 받은 오른쪽 팔을 펼 때마다 찌릿한 통증이 느껴져서 며칠 동안은 팔을 쭉 뻗을 수 없었다.
채혈을 받으러 간 곳에서 미드와이프가 맡겨둔 책자를 전달받았다. 그 얇은 책자는 Pregnancy Notes로 산모 개인 신상 정보와 임신 중 검사 이력 등이 기록되므로 병원 검진 때마다 항상 가지고 다녀야 된다.
혈액 검사 결과에 대해서는 통보를 받지 않고, 대신 12주에 받을 초음파 검사(Dating scan) 예약 편지가 우편으로 왔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있어서 그런지 편지는 검사일 1주일 전에서야 받았다.
12 Weeks
12주에 병원에 처음으로 초음파 검사를 받으러 갔다. 12주에서 14주 사이에 받는 이 검사는 Dating scan이라 불린다. 지난주에 받은 Dating scan 예약 편지에 검사를 받기 전 1 파인트 (약 568 ml)의 물을 마셔서 방광을 가득 채워오라는 지시 사항이 적혀 있다. 그래서 머그컵 두 잔 가득 물을 마시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초음파 검사는 무료지만 병원 주차비는 내야 한다ㅋ
코로나 때문에 데이브는 병원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영국 GP를 몇 번 방문했을 때 진료실이 컴컴한 조명의 낡은 공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혹시 병원 리셉션이 추울까 봐 옷을 따뜻하게 입고 갔는데 리셉션은 따뜻했고 그 온기가 첫 초음파에 대한 긴장감을 녹여줬다. 내 이름이 불리고, 음파검사자분이 밖에 기다리고 있는 동행자가 있으면 지금 병원 내로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데이브에게 급히 전화를 했고 곧 초음파실로 데이브 입장.
배에는 차가운 젤이 발리고 초음파검사기 봉이 배에 닿자 Voilà! 태아가 보였다. 너무나 선명하고 고요한 모습으로 태아는 내 뱃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음파검사자는 검사기 봉을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태아의 모습을 보여줬고 정확한 주수, 출산 예정일을 알려줬다. 태아의 목 부분 두께도 측정했는데 정상수치였다. 검사 후 초음파사진을 무료로 즉석에서 출력해 줬다. 최초의 아기 사진을 얻게 되었다!
Dating scan 전 태아가 다운증후군 등을 가지고 있는 검사를 희망하면 동의서에 사인을 하라고 한다. 이것은 간단한 피검사다. 목 부분 두께 측정(Nuchal Translucency(NT) measurement)과 피검사를 합친 이 검사가 Screening test다. 지난번 피검사를 받았을 때의 찌릇한 통증이 생각나서 검사받기가 좀 무서웠는데, 이 피검사는 혈액 샘플 튜브 하나면 되는지 금방 채혈이 끝났다.
혈액검사가 끝나고 다음 초음파검사일을 알려줬다. 다음 스캔은 20주 차에 일어난다. 그 사이 16주에는 미드와이프 혹은 GP에 연락해서 임신 관련 다른 검사를 예약해야 한다.
초음파검사 일주일 후 Screening test 결과가 우편으로 왔다.
13 ... 17 Weeks
Dating Scan 때 병원에서 16주 정도 되었을 때 미드와이프나 GP에 연락해서 미드와이프와의 미팅을 예약해야 한다고 했다. 처음 미드와이프로부터 연락이 오는 줄 알고 16주 말까지 기다렸는데 연락이 없어서 전화를 해서 17주로 미드와이프와의 미팅을 예약했다.
미드와이프를 실제로 처음 만나는 날. 갔을 때 소변 샘플 통을 받아서 소변 샘플을 제출하고, 미드와이프는 내 혈압을 측정했다. Pregnancy note에 혈액검사 결과 등 필요한 기록이 다 적혀있는지 확인하고, Screening tests 결과치를 노트에 기록하고 온라인 antenatal class 주소를 알려줬다. Facebook에 도 antenatal class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다음으로 GP에 연락해서 16주에서 32주 사이 Whooping cough(백일해) 주사를 맞고, 20주 anomaly scan(기형아 검사) 후 미드와이프에게 연락해서 24 - 25 주 다음 미팅을 예약해야 한다. 다음 미팅 때 소변 샘플을 바로 제출할 수 있도록 소변 샘플통을 전달받았다. 음~
18 ... 20 Weeks
20주 anomaly scan. Anomaly scan 예약은 월요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Dating scan 때와는 달리 병원 리셉션이 한산했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초음파 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데이브도 함께 했다.
지난번 초음파 검사자는 여자였는데 이번에는 남자였다. 뭔가 약간 낯선 느낌이 들었지만 자연스러운 척 의자에 가방을 내려놓고 코트를 벗어서 얹어놓았다.
초음파 검사자는 이번에 진행될 검사는 기형아 검사이며, 검사가 끝나는 무렵 태아의 성별을 알려준다고 안내해 줬다. 그 후 정밀검사가 시작됐다. 태아의 콩팥 두 개 확인, 심장 뛰는지 확인, 좌심방 좌심실 우심방 우심실 확인, 올바르게 위치한 척추 확인, 입술 부위는 정상으로 형성되었는지 언청이 유무 확인, 머리둘레 측정, 뇌 이상은 없는지 대략적으로 확인, 태아 배 부분 확인, 연결된 혈관 확인(이 부분은 잘 이해를 못 했다.).
태아의 위치 확인. 태아는 오른쪽에 위치해 있고, 태반은 왼쪽에 위치해 있었다. 태반에서 아이가 나온 곳까지의 거리(자궁경부 길이)도 알려줬다. 45mm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자연분만에 필요한 길이가 20 mm로 태아가 자라도 아이가 바른 위치로 있다면 자연분만이 가능한 길이라고 했다. 태아의 위치로 봐서 태동을 느낀다면 오른쪽으로 느낄 거라고 했다. 그제서야 내가 오른쪽 배에서 느낀 그 꿈틀거림이 태동이었구나 확신한 순간!
마지막으로 초음파 검사기 봉을 움직여서 태아의 성별을 확인시켜줬다. 남자아이였다. 오호... 기분이 이상했다. 지금까지 형체 없이 존재했던 아이가 모습을 드러내어서 드디어 모습을 보인 느낌. 아이가 자라고 있는 것을 실감했다. 검사에는 총 20분 정도 소요됐다.
22 Weeks - Whooping cough (pertussis) vaccine
영국에서는 임신 중 독감 예방 주사와 Whooping cough vaccine (백일해 주사)를 맞도록 권장한다. 백일해 주사는 16주에서 32주 사이에 맞는 주사로 엄마 몸에 생긴 면역력이 태반을 통해서 태아에게 전달되어서 아기가 태어난 후 8주 후 정상 백신을 맞기 전까지 아기를 백일해로부터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백일해 주사는 가까운 GP에서 맞을 수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GP에 전화해서 백신을 맞을 날짜와 시간을 예약해야 한다. 내가 간 GP는 접종 당일 병원 정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전화를 받고 안내를 받고서야 병원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주사를 맞은 지 한참 지났고, 백일해 주사가 아프다는 얘기를 들어서 은근히 무서웠는데 바늘 들어가는 느낌도 없고 아무런 느낌 없이 3초도 안 돼서 접종이 끝났다. 접종 후 샤워는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접종을 마치고 백신 제조업체에서 만든 예방주사, 주의사항 등에 대해서 적혀있는 종이를 전달받았다. 내 백일해 백신 제조업체는 GSK였다. 당일 저녁 접종 받은 쪽 팔에 아주 미세하게 뻐근한 느낌은 있었지만 다음날, 그 다음날도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괜히 겁먹은 듯.
20주 기형아 검사와 백일해 주사 접종을 받고 미드와이프에게 연락해서 24주 미팅을 예약했다.
24 Weeks - Routine tests
Midwife와 미팅. Routine 검사를 받는다. 루틴 검사에서 요즘 컨디션은 어떤지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소변 샘플을 제출하고, 혈압을 재고, 배크기를 재고, 태아 심장 소리를 듣고 태아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다. 특별한 사항이 없다면 보통 검사에는 10분 이상 소요되지 않는다.
이 무렵 MAT B1 Form (Maternity certificate)를 받을 수 있다. MAT B1 Form은 회사에 출산휴가 계획을 알리기 위해서 필요한 증명서로 20주 이후 발급받을 수 있다. 28주 Midwife와 미팅 날짜도 미리 예약했다. 28주에는 혈액 검사 항목이 있는데, 지난번 혈액 검사 때 아팠던 기억이 있어서 혈액 샘플이 몇 통 필요한지 물어봤다. 혈액 샘플이 4통 필요할 예정.
28 Weeks Midwife - Routine tests, blood test
Routine tests를 하고 임신성 당뇨 검사를 위해서 혈액 샘플을 가져갔다. 검사 결과에 큰 이상이 없는지 검사 결과에 대한 통보는 특별히 받지 않았다.
31 Weeks Midwife - Routine tests
31, 32, 33, 34 Weeks - On-line Antenatal care
1주일에 1시간씩 온라인 산전 교육을 들었다. 산전 교육은 출산 신호, 병원 가방 준비물, 출산의 과정, 모유 수유, 신생아 목욕시키기, 재우기, 카시트에 태우기 등 출산부터 신생아를 돌보는데 필요한 기초 지식을 말한다. 출산과 육아가 막연하게 느껴졌는데 교육을 통해서 약간의 자신감을 얻었다.
34 Weeks Midwife - Routine tests
36 Weeks Midwife - Routine tests, Birth plan
Birth plan 항목에는 출산 파트너 (남편, 가족 등), 진통이 시작되었을 때 학생 간호사가 돌봐주는 것이 괜찮은지, 진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 선호하는 진통제가 있는지 물어봤다. 나는 출산 파트너로는 남편, 선호하는 진통 이완 법은 TENS machine, gas and air, pethidine 선택. Epidural은 상황에 따라서.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면 바로 가슴팍에 놓이기를 원하는지, 피와 이물질을 닦고 skin to skin을 원하는지 물었다. 나는 아이 몸에서 피를 닦고 skin to skin을 하는 것을 선택.
또, 아빠가 탯줄을 자르기를 원하는지 물었는데, 이것은 현장에서 아빠에게 의사를 물어봐 달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태어나면 비타민K를 공급받는다고 하는데, 알약과 허벅지에 주사로 주입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알약은 뱉어낼 수 있다고 해서 허벅지에 주사로 주입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Antenatal care 수업을 을 들었던 게 도움이 출산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
아직은 이른 단계라 유도 분만이나 제왕절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36 Weeks - Ultrasound scan
정기 스캔은 아닌데, routine tests에서 배크기를 쟀을 때 배크기가 기준선 궤도에서 벗어나서 미드와이프가 초음파 검사를 예약해 줬다. 초음파 검사에서 아이 머리둘레를 측정하고, 심장이 뛰는지,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는지와 같은 기본적인 검사를 했고, 검사 결과 이상이 없었다.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초음파검사자는 출산 노트에 배크기를 정정했다.
나의 기록: 36 weeks 2 days
EFW: 3211.0 g, FL: 73.4 mm, HC: 326.3 mm, AC: 338.1 mm, AFI: 12.3 cm
38 Weeks Midwife - Routine tests
출산 예정일 전 마지막 만남이다. 평소와 다른 점검 항목은 없었고 show (이슬)의 징후가 있었는지 추가 확인을 했다.
40 Weeks Midwife
40주 Midwife와의 만남은 예정일 하루 지나서 잡혔다. 예정일에 출산을 하면 midwife를 만나지 않아도 되고, 아이가 나오지 않으면 예약 시간에 midwife를 만나야 한다. 부디 예정일에 맞춰서 태어나주길!
38, 39 Weeks - 산후조리용 한식 만들기
38주부터 출산 후 먹을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미역국.
출산 후에는 미역국이지~!
엄마가 보내 준 황태와 들깨가 있어서 황태 들깨 미역국을 끓여봤다. 남이 해준 음식은 어떤 걸 먹어도 맛있는데 내가 직접 만들면 요리하는 중 냄새로 벌써 배가 불러서 먹었을 때 큰 감흥이 없다. 냄비가 작아서 한가득 끓여도 6 ... 8인분이 겨우 나왔다. 그래도 출산 후 미역국 먹을 생각에 두근두근.
다음은 덮밥용 잡채.
이건 대박. 만들기도 쉽고, 만들고나서 냉동실에 넣기 아까울 정도로 맛있었다.
다음은... 꼬리곰탕.
이건 도전이었다. 곰국은 많이 먹어봤지, 꼬리곰탕은 한국에서도 먹어본 적이 없다. 뼈를 고아서 국물을 내는거니 곰국과 비슷하리라 생각하고 큰 마음 먹고 oxtail 2kg 를 샀다. 맛을 내보겠다고 양파, 파, 마늘, 당근, 통후추를 넣고 푹 끓였는데 그 채소가 오히려 꼬리곰탕 본연의 맛을 떨어트린 것 같다. 오래 끓일수록 좋은 맛이 날 줄 알고 대략 오후 3시부터 저녁 9시까지 고았는데 꼬리곰탕 냄새가 얼마나 강한지, 다 끓일 때쯤 집안 온통 꼬리곰탕 냄새가 났고, 다 만들고 먹어보니 곰탕에서 약간 누린내가 났다. 과연 해동 후 먹을 수 있을지. 흠.. 39주에 만들었는데, 시간을 오래써서 그런지 요리가 완성되어 갈때쯤 허리가 나가는 느낌이었다(!).
미역국, 잡채, 꼬리곰탕은 대략 2인분씩 4봉지에 소분해서 냉동보관.
마지막으로 소고기 만두.
40주 예정일은 다가오는데 출산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체중이 증가하는 것으로 봐서 아기는 조금씩 크고 있는 듯한데 출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몸을 움직여야했다. 만두피를 사놓고 할까말까 망설였던 만두를 만들기로 했다. 이하연 김치명인의 레시피를 보고 재료를 준비했는데 크기가 큰 만두 60개 분량 레시피다. 만두피가 부족해서 절반은 만두피를 직접 만들어서 했는데, 재료준비를 9시부터 시작해서 다 만들어서 찐 후 냉동실에 넣기까지 오후 3시쯤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일단 재료는 준비됐고 한번 시작한 거 멈추기 애매해서 재료를 다 소진할 때까지 계속 만두를 만들었는데 만삭이 되니 서있어도 앉아 있어도 허리가 아프고 지쳐가는데 멈출 수 없어서 계속 기계적으로 만두를 만들었다. 진짜 유체이탈 기분이었다. 몸은 만두를 만들고 있지만 영혼은 저 세상에ㅋㅋ 손만두는 정말 가성비 떨어지는 활동인 걸 다시 한번 실감. 그래도 다음 번에 혹시 또 만든다면 만두피는 꼭. 꼭. 사는 걸로!
38 Weeks - Hospital bags
보통 출산예정일 일주일 전후로 아기가 태어난다고 한다. 자연분만을 계획했는데 자연분만은 병원에서 하루, 이틀이면 퇴원한다고 해서 짐은 최소한으로 쌌다. 추가로 더 필요한 물건은 차 트렁크에 보관할 예정. 여기에 추가로 데이브가 필요한 물건, 옷이나 충전기, 데오드란트, 간식 같은 건 데이브가 준비할 예정.
39주가 되기 전에 병원 가방은 준비됐는데 40주가 넘어도 출산의 기미가 없다. 그 사이 병원에 싸갈 간식은 다 먹고 사라졌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
출산 후.. 다시 hospital bags을 싼다면 (자연분만 기준)
출산 전에 분만실이 어떤 곳인지 전혀 감 잡히지 않아서 병원 가방을 싸면서 제대로 준비한건지 긴가민가 했다. 인터넷 정보에 의하면 분만실이 춥다는 말도 입고 덥다는 말도 있고 분유를 주는 곳도 있고 주지 않는 곳도 있는 등 병원이나 계절마다 조금씩 환경이 다른 듯하다.
내가 간 병원 분만실을 기준으로하면 분만실은 따뜻했고 (나는 여름에 출산하긴 했다;) 미드와이프에게 부탁하면 아기 분유를 제공해줬다. 출산 후 거동이 가능하면 퇴원한다고 해서 보통 분만 하루, 이틀 지나서 퇴원을 한다. 병원에서 어떤 옷을 입어야할지 고민이었는데 롱티셔츠 원피스가 편했지만 모유수유하기 불편했다. 단추가 달리거나 앞을 열 수 있는 수유용 원피스가 있었다면 편했을 것 같다. 출산 후 오로가 나오는데 출산 후에는 maternity pads 두꺼운 것을 챙겨가는 것이 좋다. Boots maternity pads 후기가 좋았다. 그 후 집에 와서는 얇은 maternity pads가 오히려 괜찮았다. 생리대는 잘못 사용하니 오히려 피부에 안 좋은 느낌. 분만 중에는 입맛이 없어서 스낵, 음료는 분만 후 용이다. 분만 후 Lucozade 벌컥 벌컥 들어갔다. 빨대는 분만이 길어질 때 물마시기 용. 출산 후 젖이 바로 나오지 않아서 수유패드는 사실 필요 없었다. 수유 브라만 가져가도 충분할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 몇 개 챙겨가도 좋을 듯.
hospital bag for mum
- slippers
- socks
- 2 night dresses (long tshirt)
- 1 front opening night dress (for breastfeeding)
- 5 knickers
- 2 packets of maternity pads
- 2 nursing bras
- 10 breast pads
- toiletries
- 2 towels
- snacks and drinks (e.g. cereal bars, chocolate bars, Lucozade and etc.)
- going-home outfit
- phone charger
- bendy straws
아가가 병원에서 3박 4일 있었는데 울 때 젖꼭지 달린 분유가 유용했다. 나중에 알고봤더니 미드와이프에게 부탁하면 이걸 공짜로 주긴하는데 혹시 모르니 6개 팩으로 나온 거 하나 사서 들고가는 것도 좋을 듯. 영국 아기 옷이 싸지만 신생아에게 한국 배냇저고리를 입히면 진짜 아기아기 하다. 면으로 만들어진 영국 아기 옷을 입혔을 때와 전혀 다른 느낌. 그래서 한국 배냇저고리를 꼭 강추한다. 아가 몸집과 키를 알 수 없으니 옷을 챙기기 애매했다. 하의 안 붙어있는 bodysuit이 기저귀 갈기 편하고 키에도 제약 없어서 처음 입히기에 괜찮은 듯.
hospital bag for baby
- 2 long sleeve bodysuits (newborn size, 하의 안 붙은 게 기저귀 갈기 편함, 단, 계절 고려)
- 2 배냇저고리
- 1 속싸개, 1 겉싸개 (계절에 따라)
- socks and hat
- 20 to 30 nappies
- baby wipes
- muslin squares
- going-home outfit
- a pack of Aptamil infant milk with teats
hospital bag for dad
- snacks and drinks
- phone charger
40 Weeks 2 Days Midwife - Routine tests, Stretch and sweep
8월 2일. Due date가 지났다. 미드와이프와의 약속은 예정일 하루 다음으로 잡혀있어서 미드와이프를 만나지 않게 되기를 바랐는데 예정일이 지나도 출산 신호는 없었다.
예정대로 미드와이프를 만나서 routine tests (소변검사, 혈압측정, 태아 심박동 확인, 배크기 측정)를 받았다.
예정일이 지났으므로 Routine tests에 추가로 미드와이프가 stretch and sweep 받기를 원하는지 내 의사를 물어봤다. Stretch and sweep은 검지, 세 번째 손가락을 자궁경부 부위에 삽입해서 그 부위를 자극해서 출산 호르몬 분비를 유도하는 자연스러운 유도 분만의 방법이라고 한다. 부작용으로는 출혈과 감염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40주 12일을 넘길 경우 태반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말을 듣고 stretch and sweep을 받아보기로 했다. 약간 긴장했는데 미드와이프는 노련했고, 침대에 눕자마자 신속하게 끝이 났다.
효과가 없을 경우를 대비해서 토요일 stretch and sweep 예약을 추가로 잡았다. 주말이라서 병원에 가서 받아야 된다.
이후에도 아이가 태어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미드와이프는 41주가 되는 날 검진 예약을 잡아줬다. 그때는 유도 분만 관련 상담에 들어갈 예정이다.
40 Weeks 5 Days - Stretch and sweep at hospital, blood test
화요일 Stretch and sweep을 받고 난 후 약간의 출혈이 있어서 이슬일까 하는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이슬은 출산 신호 중 하나로 이슬이 비친 뒤 24 - 48시간 내에 출산이 시작된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출산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결국 예약해둔 대로 두 번째 stretch and sweep을 받으러 갔다.
미드와이프가 두 번째 stretch and sweep은 토요일이 적당할 것이라고 했는데, 토요일은 지역 미드와이프는 일을 하지 않아서 병원에 가서 받기로 했다.
검진을 받았을 때 아기 심박동수는 정상이었고, cervix는 1cm 정도 열려있다고 했다.
예정일이 5일 지나도 아무런 출산 기미가 없어서 초조해진 마음에 소극적으로 기다리고 있을 수만 없어서 Stretch and sweep을 받고 grow chart 상 아기가 큰 것 같고, 예정일이 지나서 걱정이 된다고 말했더니 미드와이프가 당일 의사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줬다.
Day (assessment) unit에 가서 잠시 기다렸다가 의사를 만나서 우선 토요일은 임신 당뇨 검사용 혈액 샘플을 받아 가고, 월요일에 초음파 검사와 혈액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상담을 받기로 했다.
병원에서 두 번째 stretch and sweep을 받은 후 이번에는 좀 더 많은 갈색혈이 나왔고, 생리통 같은 통증 증상도 있어서 진통이 다가오는 게 아닐까 하는 희망을 가져보기로 했다.
이상하게 stretch and sweep을 받고 나면 극심한 허기가 밀려온다.
40 Weeks 7 Days, 41 Weeks 1 Day - 기다림
월요일, 기다려도 병원에서는 초음파 검사 시간 관련 연락이 없었다. 토요일 너무 갑작스럽게 결정이 되어서 정말 기다리면 연락이 올까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12시가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day assessment unit에 전화하니 초음파 스캔은 초음파 부서에 연락하라고 하고, 초음파 부서에 전화하니 음성사서함이 연결되면서 voice mail을 남겨라고 한다. 영국은 참 voice mail을 좋아한다. 결국 연락만 기다리다가 40 Weeks 7 Days는 끝이 났다.
화요일, 41 Weeks 1 Day. 나는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미드와이프가 40Weeks 12Days이 넘어가면 태반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을 했었고, 차트상 4kg는 되어 보이는 아이 몸무게 때문에 분만 때 어려움은 없을지 마음은 초조해져갔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아무도 지난 토요일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 모르는 것 같고, 미드와이프마저 기존 화요일 상담 일정을 수요일로 변경한 상태였다.
Day assessment unit에 다시 전화를 해서 불만과 실망감을 나타냈더니 모 부서 specialist (부서 이름이 생각 안 남)를 연결시켜줬다. 그분은 내 목소리에서 흥분감을 포착했는데 더 차분한 목소리로 혈액 샘플에서 당뇨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정확한 분석 결과를 얻으려면 이틀, 삼 일이 걸리는데 40W 8D라서 오늘 병원에 들려서 상담을 받고 유도 분만 일정을 의논해보는 것은 어떻냐고 했다. 그런데 내일 로컬 미드와이프를 만나서 유도 분만 상담을 받는데 필요하다던 혈액, 초음파 검사 결과 데이터 없이 오늘 병원에 가는 건 의미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로컬 미드와이프를 만나서 상담을 받겠다고 했더니, 로컬 미드와이프를 만나서 토요일(40W 12D 되는 날) 전 유도 분만 일정을 잡아야 된다고 조언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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