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usable nappy(천기저귀)사용의 시작
천기저귀는 영국에서 Reusable nappy, Washable nappy, Real nappy, Cloth nappy라고 불린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씻어서 다시 쓸 수 있는 기저귀다. 출산 전에 Reusable nappy(이하 천기저귀)에 관심은 있었다. 그런데 윌리엄이 신생아 때 하루에 응아를 몇 번씩 하고 기저귀도 수시로 갈아야 했고 윌리엄을 돌보느라 시간도 없어서 천기저귀를 사용하는 게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신생아 때는 작고 가냘퍼서 천기저귀가 몸에 고정되지 않고 불편할 것 같아서 천기저귀 사용에 대한 마음은 접었다.
윌리엄이 커가면서 우리 집 쓰레기통은 비우기 무섭게 아기 똥기저귀로 가득 찼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쓰레기통을 비워야 했고 쓰레기봉투는 똥기저귀가 쌓여서 묵직했다. 아기 기저귀는 완전히 분해되는 데 150년이 걸린다고 한다. 똥기저귀로 묵직한 쓰레기통을 비울 때마다 천기저귀를 써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윌리엄이 5개월이 넘어가면서 응아는 하루에 한, 두 번, 총 기저귀도 하루 8개 정도로 신생아 때보다 덜 들어가게 됐다. 하루 8번 정도라면 이제 천기저귀를 써도 될 것 같았다. 사실 환경적 측면보다 천기저귀의 예쁜 디자인이 써보고 싶은 욕구를 더 자극했다. 또, 생각보다 기저귀 값도 많이 들어가서 천기저귀를 쓰면 기저귀 값도 아낄 수 있을지 궁금했다. 관심만 가지고 있었 차에 마침 내 mum 친구 Lucy가 천기저귀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를 알려줘서 한번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제품 선택의 어려움 천기저귀(이하 Reusable nappy)를 사는 데 있어서 첫 번째 장벽은 비용이었다. 여러번 쓸 수 있으니 이왕이면 기저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Reusable nappy를 몇 개만 선택해도 50파운드를 훌쩍 넘겼다. 일반 기저귀 하나가 대략 12p 인 것을 고려하면 50파운드는 기저귀 416개의 가격이다. 하루 8개 기저귀를 쓴다고 가정하면 50파운드를 투자했을 때 52일 이상을 써야 그 후부터 비용이 절감된다고 볼 수 있다. 과연 돈을 쓸 가치가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일단 나름대로 예산을 줄이고 줄여서 75파운드 정도로 잡고 시작해 보기로 했다. 더 적은 예산으로도 시작할 수 있었지만 내가 관심이 있는 제품을 써보고 싶어서 더 이상 줄일 수가 없었다.
기저귀에 75파운드를 쓴다니 헛돈 쓰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영국 council(한국의 구청 같은 곳)에서는 Reusable nappy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서 Real nappy incentive scheme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우리 동네 council에서는 Reusable nappy 용품 구매에 50파운드 이상을 쓰면 25파운드를 돌려준다. 우리 council은 다른 council에 비해서 혜택이 적은 편이고, council에 따라서 30파운드, 40파운드, 많게는 100파운드를 돌려주기도 한다. Council에서 제공하는 혜택이 쏠쏠하다면 한 번쯤은 해볼 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용에 대한 고민이 해결되고 나서 다음 장벽은 Reusable nappy 브랜드, 종류, 수량 등을 결정하는 일이었다. 용어도 생소하고, 종류도 다양해서 고르는데 한참 고민했다.
Reusable nappy 브랜드
브랜드는 Bambino Mio, Tots Bots, Close Parent, Little Lamb, GroVia 등이 있다.
Reusable nappy는 브랜드마다 구성은 조금씩 다르지만 크게 방수 커버와 대소변을 흡수하는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방수 커버는 cover, wrap, shell로도 불린다. Reusable nappy 타입으로는 커버와 흡수 패드가 같이 붙어서 나오는 All-In-One, 흡수 패드가 커버에 똑딱이로 연결되어 있어서 패드 교체 가능한 All-In-Two, 패드를 커버에 얹어서 쓰는 Two-Part Nappy system, Two-Part system인데 커버에 패드를 넣을 수 있는 pocket이 마련되어 있는 Pocket Nappy 타입이 있다.
사이즈는 아기 체중에 따라서 Size 1, 2, 3 옵션으로 나오는 브랜드도 있고, 신생아부터 배변 훈련 때까지 쓸 수 있는 onesize nappy도 있다. 보통 Size 2는 신생아 시기를 지나서부터 배변 훈련까지 쓸 수 있는 사이즈다.
여러 번 사용하는 목적으로 나오는 제품이므로 Reusable nappy 선택에 있어서 fastener도 고려 사항 중 하나다. 찍찍이 velcro, 똑딱이 popper, 감아서 찍찍이로 붙이는 hook & loop 타입 등이 있다.
브랜드 별로 나오는 제품을 대략적으로 훑어봤다. 브랜드는 Bambino Mio, Tots Bots, Close Parent, Little Lamb 4개로 간추려봤다.
Bambino Mio
1997년 설립된 영국 브랜드, 70개국 넘게 수출 판매 중
● All-In-One: one piece, everything is attached.
● Two piece: foldable insert and a cover
○ Fastening: Velcro
Tots Bots
2001년 현재 쓰이는 reusable nappy 모델 원형을 디자인하고 부부가 설립한 영국 브랜드
● Easyfit; All-In-One
● Bamboozle; Two-Part Nappy system
1) the pads popper into the nappy wrap
2) Bamboozle Stretch nappy (soaker의 한 형태로 기저귀 모양) into the nappy cover/wrap(아래 가운데 사진)
○ Fastener: Hook & loop (Velcro)
Little Lamb
● Fitted Nappy: designed to be paired with a nappy wrap, perfect for heavy wetters and nighttime use
○ Fastener: Velcro
● Pocket Nappy: insert and cover
○ Fastener: popper
Close (구 Close Parent)
2004년 설립된 영국 브랜드
● Close Pop-in All-In-Two nappy wrap: both soaker & booster fastened to the wrap (cover)
● Close Pop-in Nappy Wrap (cover): designed to be used over a two part nappy or pre-fold
○ Fastener: Hook & loop (velcro) or Popper
○ Accessories: Booster (pad), Night time booster
Note: Two part nappy에는 Little Lamb Fitted Nappy, Tots Bots Bamboozle Stretch Nappy, All In Two Nappy Insert 등이 있다. Pre-fold는 prefolds or flats 타입이 있는데 옛날 한국에서 쓰던 천기저귀와 비슷한데 미리 접혀서 나온 제품을 pre-fold라 하고 펼쳐져서 나온 천을 flat이라고 한다. 접어서 고정시키기 위해서 diaper fastener (Amazon에서 구입 가능)를 같이 쓰기도 한다.
기본 Reusable nappy와 함께 기저귀 보관용 wet bag, 세척용 nappy bucket, 대변용 disposable / reusable fleece liner 등도 같이 있으면 유용하다.
나의 선택
브랜드 제품을 살펴봤을 때 내 선호도는 Close, Tots Bots, Little Lamb, Bambino Mio 순이었다. 고민 끝에 Close에서 나온 Close Pop-In 기저귀를 구매했다. 내가 reusable nappy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중점을 둔 부분을 디자인, 가격, 건조 속도, 대소변이 안 새는지 등이었다. 특히 돈이 중요해서 편의성은 떨어지는 대신 수량을 적게 사서 자주 빨아서 쓸 수 있는 제품이 필요했다. Little Lamb Fitted nappy, Tots Bots Bamboozle Stretch nappy는 확실히 흡수력이 좋아 보였지만 대신 세척 후 건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고 좀 부피가 커 보였다. All-In-One 타입은 편하지만 건조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필요한 만큼 사려면 내 예산으로는 부족했다. Close에서는 다양한 디자인에 똑딱이나 Hook & Loop로 잠글 수 있는 기저귀 커버가 나오고 All-In-Two 컨셉이 좋아서 Close 브랜드를 선택했다.
기저귀 커버는 Little Lamb Fitted Nappy, Tots Bots Bamboozle Stretch Nappy 나 prefolds 와 같이 사용해야 되지만 나는 좀 불편해도 비용을 줄이고 건조 속도가 빠를 것 같은 pad와 soaker를 커버와 같이 써보기로 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Close Pop-In All-In-Two Nappy 1개, Close Pop-In Nappy cover 2개, General soaker pad 9개, Night booster 3개를 주문했다.
초기 사용기 제품을 실제로 처음 받아봤을 때 기저귀 부피가 컸고, 패드는 거대한 타월처럼 보였다. 여름에 하기에는 좀 더울 수 있을 것 같고 커버가 방수라서 제 때 갈아주지 않으면 너무 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과연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일단 윌리엄에게 입혀봤다. 입혀보니 너무 귀여웠다. 디자인이 마음에 쏙 들어서 일단 써보기로 했다.
어느 정도 Reusable nappy 사용에 익숙해지니 요즘은 하루 일회용 기저귀 사용량이 2개로 줄었다. Reusable nappy를 쓰기 전에 하루 평균 8개 정도 기저귀를 써서 적어도 3시간 간격으로는 패드를 갈아주고, 더러운 패드가 나오면 가능하면 바로바로 손빨래했다. 정석적으로는 60도로 씻어야 하지만 바로 빤다면 뜨거운 물로 손빨래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응아가 묻었을 때는 손빨래하고 가루 세제를 뿌리고 뜨거운 물에 담가놨다가 한 번 더 손빨래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나는 이 루틴이 생각보다 번거롭지는 않았다. 그런데 외출이 잦을 경우는 다른 세척 루틴이 필요할 것 같다. 또, pad 형이라 손빨래가 가능했지만 prefold나 flat은 손빨래가 가능할지 봐야될 것 같다.
업데이트:
우연한 기회에 prefold를 얻게 돼서 써봤는데 pad보다 훨씬 좋다. 내가 쓴 건 OsoCozy에서 나온 prefold다. Prefold를 접고 세 발 fastener로 고정시켜서 쓰는데, Pad보다 흡수력이 좋고 촉감도 부드럽다. 세척이 부담스럽긴한데 나는 쌓이는 게 싫어서 바로 바로 뜨거운물, 비누로 씻으려고 한다. 쓰다가보니 또 적응된다.
장단점 Reusable nappy를 쓰면서 내가 생각한 장점과 단점을 정리해 본다.
장점
- 일회용 기저귀 사용량이 하루 8개에서 2개로 줄어들면서 예전보다 쓰레기 배출량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 지금은 사용 초기 단계지만 꾸준히 쓴다면 기저귀 비용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다.
- 기저귀 발진이 덜해졌다. 이건 생각지 못한 장점이다. 예전에는 매일 목욕을 시켰고, 기저귀가 젖으면 바로바로 갈아줬는데도 약간 기저귀 발진이 있었다. 그런데 Reusable nappy를 쓰고부터는 기저귀 발진이 없어졌다.
- 기저귀 디자인이 다양하다.
단점
- 초기 비용
- 비교적 큰 부피
- 얼마나 젖었는지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24시간 8개 사용을 기준으로 3시간 간격으로 갈아주고 있다.
- 일회용 기저귀를 덜 쓴다는 점에서 비교적 환경친화적 지속 가능한 제품이지만 세탁 건조를 위한 뜨거운 물과 전기 사용량이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완전 경제적, 환경친화적 옵션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 세척이 약간 번거롭긴 하다. 손 세척하느라 손이 거칠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더러운 패드를 바로 씻는 게 더 위생적일 것 같아서 바로바로 씻는다. 집에서만 가능한 방법이라서 외출이 잦다면 wet bag 이 필요하고, 새로운 세척 루틴이 필요할 것 같다.
- 건조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내가 선택한 제품은 커버와 패드가 분리돼서 상대적으로 건조가 빠른 편이다.
- 기저귀를 가는 데 약간 시간이 걸린다.; 나는 Two part nappy: Little Lamb Fitted Nappy, Tots Bots Bamboozle Stretch Nappy, All In Two Nappy Insert를 안 사고 pad 두 장이나 pad 1장, booster 1장을 넣어서 쓰는데 커버에 고정이 잘되지 않아서 기저귀 가는 데 시간이 걸린다. All-In-One이나 Fitted Nappy, Tots Bots Bamboozle Stretch Nappy를 쓰면 해결될 단점인데 나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이 제품을 사지 않았다.
- 잘못 입히면 샐 수 있다. 이건 일회용 기저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좀 더 지켜보는 부분
- 밤 기저귀: 밤에는 자주 갈아줄 수 없어서 아직 일회용 기저귀를 쓰고 있다.
- 널서리: 나는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쓰고 있지만 윌리엄이 널서리에 가면 널서리 선생님들이 쓰기에는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잦은 손빨래로 인한 제품 변형, 성능 저하 가능성
- 더 저렴한 제품이 나오면 좀 더 대중화 될 것 같다.
Council로부터 25파운드 cashback을 받으면 추가 Close All-In-Two Nappy나 Little Lamb Fitted Nappy, Tots Bots Bamboozle Stretch Nappy, 쓰기 편한 pad 등을 구매할 예정이다. 추가 구매하면 밤 기저귀, 널서리에 대한 고민은 해결될 것 같다.
결론
결론적으로 세탁 건조에서 오는 약간의 불편함을 마다하지 않는다면 디자인도 예쁘고 기능도 일회용 기저귀에 뒤지지 않으니 써볼 만하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free trial를 제공하는 council도 있고, Nappy library도 있으니 고민된다면 한번 둘러보는 것도 도움 될 것 같다. 우려와는 달리 새지 않았고, 일회용 기저귀 사용량이 줄었고 무엇보다 기저귀 디자인도 너무 귀여워서 지금까지 대만족이다. 더 일찍 써볼걸 후회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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