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에게 쓰는 편지 - 잡식 동물이 되다 (2022년 2월 2일)

아기와나

윌리엄에게 쓰는 편지 - 잡식 동물이 되다 (2022년 2월 2일)

요즘 너는 밤에 3, 4시간마다 일어나서 운다. 더 어릴 때는 더 오래도 잤는데 왜 이런 걸까? 6개월이 되면 밤수유를 서서히 끊어나가야 된다는데 어째서 더 자주 하게 된 걸까. 배가 고파서 그런 걸까?

오늘은 너를 위해 소고기 쌀미음을 만들었다. 지방이 적은 부위를 써야 한다는데 냉장고에 cornish pasty 용 치마살 부위밖에 없어서 치마살 부위를 썼다. 끓는 물에 넣어서 끓이고 블렌더로 갈았다. 혹시 비릿하지는 않을까 해서 애호박도 같이 넣었다.

걱정과 달리 너는 소고기 애호박 쌀미음을 잘 먹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육식을 한 날이구나. 모유와 야채만 먹던 윌리엄이 고기를 먹게 되다니. 이제 이만 나면 너는 정말 사람이 되겠구나.

너는 말을 못 하니 이유식이 니 입맛에 맞았는지, 양껏 먹었는지, 과식을 한 건지 모르겠다. 만들어준 이유식을 잘 먹는 너를 보면서 더 다양한 맛을 알려주고 싶어서 나는 마음이 바쁘다.

오늘은 처음으로 사과 퓨레도 만들어봤다. 너무 오래 끓인 건지 원래 그런 맛인지 사과 퓨레는 밍밍했는데 한 숟갈 너의 입에 넣었을 때 너는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너에게는 좀 시큼했던 걸까? 그래도 너는 만들어준 이유식을 다 먹었다.

몇 번 고개를 좌우로 돌렸는데 그건 이제 그만 먹고 싶다는 너의 의사 표현이었을까, 그냥 장난감에 주의가 산만해졌던 걸까. 조그마한 너를 대할 때 나는 혼자서 질문을 한다.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 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사과퓨레를 다 먹은 너를 보니 더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세상에는 볼거리, 들을 거리, 읽을거리만큼 다양한 음식이 있다. 여러 가지 음식을 잘 먹을 수 있는 건 작은 축복이다. 세상에 좋아하는 것이 많을수록 너의 삶은 풍요로워질 것이다. 니가 그 기쁨을 누리며 살기를 바란다.